생활정보

<잔류 인구>, 엘리자베스 문

오필리아는 기나긴 세월 동안 해왔던 일을 하는 방법이, 대화에서 스스로를 지우고 대화가 그냥 흘러가게 두는 법이 기억나기를 바랐다. 하지만 닭을 다시 달걀에 집어넣을 순 없었다. p.346



내면의 목소리를 회복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

목소리

<잔류 인구>는 오필리아가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는 성장 소설이다. 오래된 목소리 – 자식과 주변 사람들, 사회 그리고 컴퍼니의 간섭과 제약, 노인 여성으로서의 억압,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내면화한 오필리아. 새 목소리 – 오필리아 스스로 원하는 것을 깨닫고 수행하는 과정. 오필리아가 둥지 수호자이자 외계 종족의 대사가 되어 자신의 목소리를 고향 행성에 말하는 것으로 목소리 찾기의 과정은 완성된다. 결국 누구도 그의 목소리를 중단시킬 수 없다.

남성성과 여성성

이야기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무례와 이해심 없음, 폭력성으로 대변된다. 하지만 남성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꼭 여성성에 대한 긍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린다와 리키시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들.) 그래서 괴동물들의 성별을 규정하지 않았을까? 오필리아는 성별보다 예의와 존중에 관해 더 신경 쓰고 있다. 오필리아가 괴동물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종족>이 가진 예의, 소통 방식 때문일 수도 있다. 괴동물이 출산하고, 오필리아가 둥지 수호자가 되며, 오리와 리키시가 남아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꾸려가는 과정은 새로운 모계 사회 구성?


소통

내면의 목소리만큼이나 오필리아와 괴동물이 서로의 언어를 배워가는 과정도 중요하다. 모든 관계는 상대의 언어를 배우고 나의 세계를 알려주는 일에서 시작한다. 이 이야기에서 언어는 문자 그대로 세계다. 두 종이 결국에 소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 후에 조사하러 온 사람들의 태도(자신들의 이론과 한계에 괴동물을 끼워 맞추려한 일)와 극명히 대비 된다. 종종 하는 상상: 무인도, 조난 상황, 사전 정보 없이 새로운 언어를 쓰는 사람을 만난 나. 다른 언어를 쓰는 인간을 처음 만났을 옛 사람들. 우리나라에 온 하멜(어떻게 살아 돌아갔지?) 이런 상황에서 참고할만한 프로토콜.

행성에 남게 된 이유

오필리아는 행성이 좋아서 남지는 않았다. 오히려 30년을 타고 가야하는 우주선의 냉동수면이, 새로운 개척지의 삶이 죽기보다 싫어서 남기로 결정했다. 이동진 작가의 인력과 척력에 관한 이야기.

“인생의 행로를 바꿀 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굉장히 매력적인 게 있어서 그쪽이 나를 끌어당길 때 인력이 작용한거다. 다른 하나는 내부의 문제들이 나를 밀쳐내는 척력이 작용한거다.” – 유퀴즈

오필리아가 우주선에 타지 않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그 생각을 멈출 수 없었을 것이다. 최후의 인류가 되는 외로움보다 더 싫은 것이 있다. (어쩌면 외롭지 않았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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