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해야 하는 것은 몰리의 내면까지여야만 한다
소설을 읽는 동안 인물에 몰입하기가 어려웠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몰리는 다른 사람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읽는 동안 내가 예상했던 반응과 다르게 행동했고, 사건에 대해 느끼는 감정도 묘하게 어긋나 있었다. 이를테면 로드니와 첫 데이트를 했다고 주장하는 장면에서 나타난 몰리의 반응이라든가, 경찰에게 총이 발견되고도 로드니를 의심하지 않는 모습들을 수긍하기 어려웠다.
작가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몰리라는 인물의 필터를 거쳐 묘사되는 세상은 조금씩 왜곡되거나 생략되어 있다. 이런 방식이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데 효과적인 방법이었다면 이런 서술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작가가 선택한 방법 때문에 살인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은 방해받고 있고, 따라서 이 서술 방법은 효과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소설에서 독자의 즐거움 중 하나는 여러 가지 객관적 사실들 사이에서 어떤 증거가 범인의 정체를 담고 있는 지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몰리가 얘기하는 사실들이 과연 정말 사실인가? 하는 의심이 든다. 몰리가 설명하는 세상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건 독서의 중간쯤부터인데, 앞서 말했듯이 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인물과는 거리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로드니와의 만남을 데이트라고 생각하고, 후안 마누엘이 머물렀던 방에서 어떤 수상함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의 눈으로 본 사건의 전말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책을 읽고 인물과 사건들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굳이 1인칭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써야 했다면 그것이 모호하게 표현해야 하는 부분은 몰리의 내면에 한정되었어야 한다. 작가가 인물과 상황에 대한 묘사를 성실하게 하지 않은 것은 몰리를 앞세워 서술자의 일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닐까.
나아가 작가가 몰리의 내면을 표현하는 방식이 모욕적이라고까지 느껴졌는데, “사회생활에서 종종 어려움을 겪는”(014쪽) 인물이라고 해서, 그가 세상을 인지하고, 느끼는 방식까지 어려움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몰리가 어떤 사건을 인식할 수 있음에도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 간극을 정확한 언어로 표현해 주어야 하는 것이 작가의 의무일 것이다. 특히나 소설을 위해 몰리를 고아로 만들고 살인 사건의 억울한 용의자로 몰아갔다면 말이다.
*책을 읽고 아마존에 책을 검색해 봤다. 6만 개의 리뷰가 있었고 상위권에 있는 별점 5개의 리뷰들을 보고 번역가의 자질을 의심하다가, goodreads에 별점 2개짜리 리뷰들이 달린 것을 보고 옮긴이의 잘못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